하이퍼리퀴드는 레버리지 트레이딩을 지원하는 DEX로, CEX에 대항할 수 있는 후보로 2024년부터 올해까지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이퍼리퀴드는 트레이더의 레버리지 포지션을 누구나 볼 수 있어 고래 투자자가 움직일 때마다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최근에 한 고래 투자자가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시선을 한 몸에 받다가 결국 정체가 밝혀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하이퍼리퀴드가 큰 타격을 받아 하이퍼리퀴드의 취약점이 드러난 사건으로도 평가받는다. 이번 글은 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인지 살펴보며, 어떠한 하이퍼리퀴드 리스크가 드러났는지 분석해본다.

스타 고래 투자자 등장: 트럼프 ‘가상자산 비축’ 행정명령 직전 롱 포지션

3월 2일 50배 BTC, ETH 롱포지션 개시

주소: 0xe4d31c2541A9cE596419879B1A46Ffc7cD202c62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기간부터 친 가상화폐 기조를 드러냈으며 취임 이후에도 관련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 중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이 디지털 자산 비축을 설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런데, 행정명령 서명이 발표되기 직전인 3월 2일, 하이퍼리퀴드에 약 600만 달러 크기의 ETH, BTC 50배 롱포지션을 잡은 고래 투자자가 한 명 등장했다.

트럼프 행정명령 전 하이퍼리퀴드에서 BTC, ETH 50배 롱 포지션 잡은 고래 투자자

3월 3일 롱 포지션 정리

주소: 0xe4d31c2541A9cE596419879B1A46Ffc7cD202c62

당시 그의 포지션을 두고 내부자가 정보를 입수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으며, 하루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자산 비축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롱 포지션 대부분을 정리하며 하루만에 68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행정명령 발표 후 상승 이용해 대부분 포지션 정리한 고래 투자자

3월 3일 고래 투자자 주소 변경

변경 전: 0xe4d31c2541A9cE596419879B1A46Ffc7cD202c62
변경 후: 0xf3F496C9486BE5924a93D67e98298733Bb47057c

이후 이 고래 투자자는 지갑 주소를 바꾸었다.

트위터 커뮤니티에서는 이 고래 투자자를 대부분 0xf3f4로 부르고 있어 두 주소가 같은 고래임을 설명했다. 참고로, 이후에 어떻게 자금이 이동했는지는 아캄인텔리전스에서 추적할 수 있다.

0xe4d3에서 0xf3f4로 주소 바꾼 고래 투자자

주소를 바꾼 0xf3f4 고래는 계속해서 대형 포지션을 잡고 수익을 기록하며 CT(암호화폐 커뮤니티)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그가 내부자 정보를 얻고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었으며 포지션을 카피트레이딩하는 투자자도 증가했다. 스캇 필립스의 글에서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125M ETH 50배 롱 포지션 강제 청산 당하며 수익을 거둔? 고래 투자자

3월 12일

고래 투자자 강제 청산으로 슬리피지 없이 수익 180만 달러 기록
HLP 볼트가 대신 손실 400만 달러 기록

3월 12일 이 고래가 이번에는 이더리움 20배 대형 롱 포지션 $290M을 잡았으며 담보금은 $14.5M이었다.

이정도의 대형 포지션을 슬리피지 없이 매도하여 처분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이 고래는 다른 방법을 취했다.

고래는 이미 미실현 수익을 기록하는 상태였다. 이때 바로 매도하여 가격을 하락시키는 대신 담보를 계속 제거해 청산 가격을 높여 강제 청산 당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HLP 유동성 엔진이 이더리움 롱 20배 290M 포지션을 떠안게 되었다. HLP 볼트는 제대로 헷지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500만 달러의 손실을 보게 되었다. 즉, 숏 포지션은 $1,889에, 롱 포지션은 $1,915에 있어, $26 갭이 발생했으며, 여기에 153,000 ETH를 곱하면 400만 달러 손실이 산출된다.

HLP 볼트는 트레이더들의 주문에 반대 포지션을 취하는 볼트로, 이용자가 HLP 볼트에 입금하면 트레이더의 반대 성과에 투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HLP 볼트에 USDC를 예치한 이용자들은 볼트 전체 손실 400만 달러를 나눠 분담하게 되었다.

하이퍼리퀴드 리스크: HLP가 대신 떠안게 된 손실

고래가 의도적으로 청산하여 HLP 볼트에 피해가 발생한 이번 사건은 결국 HLP이 슬리피지 없이 이 정도의 대형 포지션 청산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유동성 부족) 발생했다. 하이퍼리퀴드는 이후 이더리움 최대 레버리지를 축소하는 조치를 취했다.

사건 발생 이후 악의적 이용을 검열해야 한다, 다른 CEX처럼 고레버리지 포지션 크기의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 등 많은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하이퍼리퀴드는 완전 탈중앙화를 지향해 이러한 검열적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HLP 투자 리스크: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아직 하이퍼리퀴드는 같은 형태의 상황이 반복될 여지가 조금이나마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두 가지 방안 모두 하이퍼리퀴드는 적용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첫 번째 해결책으로 거론된 악의적 이용 검열은 하이퍼리퀴드가 탈중앙화를 지향해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해결책은 CEX처럼 레버리지별로 포지션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이다.

바이낸스의 경우 아래 그림처럼 포지션 크기별 최대 레버리지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의 경우와 같은 고레버리지 대형 포지션을 취하기 어렵다.

바이낸스 BTC 선물 포지션 크기에 따른 레버리지 한도

그러나 하이퍼리퀴드는 이 방법도 취할 수 없다. 설사 위와 같은 등급표를 설정한다고 해도, KYC 인증이 필요없는 만큼 누구나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 다수의 계정을 생성해 작은 포지션을 쪼개 규칙을 회피하여 고레버리지 대형 포지션을 동일하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하이퍼리퀴드의 가장 큰 장점이 CEX처럼 오더북 형식의 거래를 할 수 있으면서 DEX이기 때문에 KYC 인증이 필요없다는 것이었지만, 바로 이 특성으로 HLP 볼트가 손실을 떠안게 되는 취약점도 생긴 셈이다.

마치며

최근 특정 이용자가 고레버리지 대형 포지션의 미실션 수익을 슬리피지 없이 현금화하기 위해 담보를 제거해 청산 가격을 높여 강제 청산당하는 전략을 이용했다. 이때, 트레이더의 반대 포지션을 잡게 되는 HLP 볼트가 대신 손실을 떠안게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시나리오를 HLP 볼트가 갖는 하나의 투자 리스크라고 볼 수 있다.

하이퍼리퀴드측은 이번 사건의 결과를 반영해 BTC, ETH 레버리지 한도를 각각 40배, 25배로 축소했으며 탈중앙화된 운영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가 고래 투자자가 유명세를 얻으며 다른 투자자들이 카피트레이딩하는 등 고유한 상황으로 인해 이례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앞으로도 하나의 전략으로 자리매김해 반복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추후 하이퍼리퀴드가 어떠한 해결책을 고안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2025.03.27. 긴급 추가)

글을 쓴 지 하루만에 하이퍼리퀴드에서 동일한 방식의 “공격(혹은 오용)”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0xf3f4 고래의 전략을 이용하되, 본인이 시세를 조작하기에 편리한 저시총 코인 $JELLY에서 발생했으며 이 트위터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비트겟 CEO가 발빠르게 비판하는 글을 올려, 위기감을 느낀 CEX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이러피퀴드의 대응은 트위터 계정의 공식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이퍼리퀴드가 강제로 떠안은 불리한 포지션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오라클을 조작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어 추가 글에서 살펴볼 예정이다.

참고로, 유명 암호화폐 탐정 ZachXBT 이 고래 투자자의 정체를 밝혔다. 아래 트위터 글을 참고하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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